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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Story

퇴사를 잘 하는 방법

by JCSPIRIT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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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의 이력서를 보면 다들 놀라고는 하는데, 저는 비슷한 경력 년수를 가진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서 이직이 매우 잦았습니다. 심지어 1년도 채 되지 않아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한 적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저보다 이직을 많이 한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정년까지 근무하고 은퇴하는 분들보다도 퇴사를 한 횟수로는 제가 앞설 겁니다. 아마도. 저를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은 '능력이 있어서'라고 이해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요, 제 나름대로 각각의 퇴사와 이직에 대해서 합당한 이유는 있었습니다만, 그 부분은 차치하고 돌이켜보니 그간의 경력을 통해 퇴사와 이직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있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퇴사 노하우라니.

- 퇴사 매뉴얼. 당차게 일어서서 책상을 엎는 것으로 시작한다. 출처: http://www.ddanzi.com/ddanziNews/190657514 -

보통의 경우, 새로운 직장에 가게 되면 soft landing을 위해, 새로운 조직에 빨리 스며들기 위해 적응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됩니다. 멘토링이든 오리엔테이션이든 여러 가지가 있겠죠. 하지만, 그 반대로 퇴사를 할 때도 잘 마무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은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하죠. 제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왜 퇴사를 잘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퇴사를 잘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해 봅니다.

- 마무리의 중요성, 야구 뿐만이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중요하다.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61617164237083 -


1. 퇴사 사유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에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에, 과중한 업무 때문에, 더 좋은 처우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위해, 하고 싶은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또는 현직장의 어떠한 부조리함 때문에 퇴사를 하게 됩니다. 이때, 누군가 왜 퇴사를 하냐고 물어본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내 어느 누가 물어도 일관성 있게 대답을 해야 합니다. (실제와 대답이 다르다면 아주 가깝게 지내는 동료에게는 속사정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저는 여러 번의 퇴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퇴사 사유가 제가 흥미를 느끼는 업무나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서입니다. 딱 한번 돈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고요.

-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고 동료들을 배신할 수 없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좋은 처우조건을 제시해서 이직을 한 적이 있다. -

조직의 특성 상 이 사람이 왜 퇴사를 하였냐를 두고 많은 말들을 하는데, 더 좋은 곳에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러 간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직을 할 때도 각각의 퇴사에 대해서 명확한 사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2. 철저한 인수인계

퇴사에 대한 절차가 시작되면 후임자에게, 또는 공백이 있는 동안 업무를 대신 맡아줄 상사나 동료에게 인수인계를 철저하게 해 줍니다. 해왔던 업무들의 히스토리도 정리하고, 현재 진행 중인 내용들을 잘 분류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퇴사하고 나면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아주 가까웠던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가 불편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이 또한 좋은 마무리,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퇴사 후에 거의 3년 정도 업무 관련해서 연락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3. 퇴사일까지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

이 부분이 은근히 중요한데요, 사실 퇴사가 결정되고, 퇴사일을 언제로 할지까지 협의가 끝나면 아무래도 일이 잘 손에 안 잡힙니다. 상사 입장에서도 업무를 지시하기가 부담스럽고, 퇴사하는 입장에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기간이 되는데요, 이때 후임자와 함께 하든, 혼자서 하고 문서화시켜 보고를 하든 마지막까지 업무에 소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역시 퇴사하는 회사에 끝까지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인데요, 일례를 들자면 저는 이직을 위해 퇴사하였던 회사에 재입사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재입사를 하게 되었을 때 이러한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퇴사할 때까지 나름 잘 처신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 회사에 대한 비난, 특정 인물에 대한 험담을 하지 말 것.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가 정말 엉망인 경우도 있고, 특정 인물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만, 퇴사를 하게 되는 시점에는 가능하면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 중에 하나가 농담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누군가를 잘 되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발목을 잡을 수는 있다'였습니다. 약간 섬뜩한 말이죠. 제가 다닌 회사 중에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루머를 양산해내는 곳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였냐하면 한 사이트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을 복수의 다른 사이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가 다 알게 되는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 회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분위기가 그런 곳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퇴사를 하고 같이 일했던 상사나 동료들을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 이런 방식의 사직서 제출은 곤란. 출처: 이말년 웹툰 -


평판 조회 (Reference Check)

예전에 어느 기업의 경력사원 채용에 입사 지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입사 지원을 한 바로 다음 날, 함께 일했던 상사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입사 지원한 회사에서 전화의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입사 지원한 회사의 임원과 예전에 제가 보고하던 상사가 아는 사이였고, 제 이력서를 보고는 연락을 해본 것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일지라도 이렇게 연결이 될 정도로 세상이 좁습니다. 그때 조금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워낙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거의 형식적인 면접만 하고 내정되다시피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다른 이유 때문에 입사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요.

 

많은 기업들이 경력 사원을 채용할 때 위의 경우처럼 개인적인 인맥을 통하거나 서치펌을 통해서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합니다. 제삼자를 통해 서류나 인터뷰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채용 시에 이 과정을 절대 생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놀라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제가 다녔던 기업 중의 한 군데는 국내가 아닌 해외의 탐정회사(?)에 의뢰하여 입사 예정자가 이력서에 작성한 내용에 허위사실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까지 하였습니다. (※ 이 기업의 입사 절차 중의 하나로 입사자의 동의 하에 진행됩니다. 저 역시 입사할 때 서면 상으로 동의하였습니다.) 처우 수준이 높거나 직급과 직책이 높은 인력일수록 평판 조회는 필수라고 생각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나 유명 외국계 기업일수록 채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이 인터뷰까지 잘 마치고 입사를 앞둔 시점에서 평판조회 때 부정적인 내용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함께 일했던 누군가에 대한 평판조회 요청을 받고 피드백을 준 적이 있고요. 심지어 해외의 서치펌에서 평판조회 요청을 유선상으로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조직에서의 생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새로운 직장이나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으로 마지막까지 소홀하지 말고, 퇴사일까지 남은 시간들이 불편할지언정 원만하게 잘 보내고 누가 보아도 잘 마무리하였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 아래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현재의 직장에서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좋고, 처우가 마음에 든다면, 또는 특별히 퇴사할 이유가 없다면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주니어의 경력을 가진 분이면 조심스럽지만 한 번 정도는 이직을 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조금 위험한 이야기인데, 한 군데의 직장에서 오래 다닌 분들을 보면 안정감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타협한 나머지 매너리즘에 빠져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되어 있는 경우들을 더러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퇴사를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퇴사를 고민해 보는 것 그 자체로 어떤 의미로는 삶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줍니다. 꼭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거나,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려움 없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현 직장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이직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어느 만화의 대사처럼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쇼생크 탈출의 명대사와 함께 금번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Frank Darabont, 출처: 다음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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