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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기 Epilogue_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

by JCSPIRIT 202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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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에 새로이 자영업에 도전하시는 분께 가게를 인도하면서 식당 창업기는 종료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폐업 신고도 하고 부가가치세 신고, 그리고 인수받으신 분의 황당한(?) 요청 사항들을 최대한 처리해 주고 나서야 이제 드디어 모든 일이 마무리된 것 같아 후기까지는 아니지만, 식당의 창업과 함께 코로나19 시대를 정통으로 관통하면서 나름의 느낀 점과 얻은 교훈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각론은 지난 포스팅들에서 볼 수 있으니 비교적 굵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들에 한해서요.

 

이 내용은 새롭게 식당을 창업하시는 분, 특히 배달과 포장을 위주로 하는 1인 식당을 준비하시는 분께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단지 제가 얻은 교훈일 뿐 절대 정답이 아니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1. 주방의 Capacity는 최대한 크게. 예상되는 것보다 무조건 더 크게.

실제로 식당을 창업하고 운영을 하면서 제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부분입니다. 바로 식당 주방의 Capa. 입니다. 이 용량은 주방의 공간과 설비의 용량, 숫자를 모두 포함합니다. 저는 혼자서 운영하는 식당이니만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하였는데, 판단 착오였습니다. 식당이라는 업의 특성상, 주문은 식사 시간에 몰리게 마련인데요, 점심과 저녁 시간에 최대한의 주문을 처리해 내어야 합니다. 동시에 여러 주문을 소화해내고, 바로 처리할 수 없는 설거지를 쌓아놓을 수 있어야 하며, 많은 양의 식재료를 손쉽게 손에 닿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인 운영 식당이라고 할지라도 가급적이면 최대한의 용량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물론 어떤 음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 이 정도의 주방으로 모든 주문을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제가 폐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주방의 Capa. 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제 음식을 좋게 평가해 주셨지만, 불행히도 밀려드는 주문을 모두 다 처리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였습니다. 사실 식사 시간에 손님들이 30분-1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죠. 이게 맨파워에는 문제가 없는데, 하드웨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 문제로, 마지막에는 홀 공간까지 주방을 확장하는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고민하게 만들다가 폐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주방은 공간도 넓게, 화구도 많이, 냉장고 용량도 크게, 집기의 숫자도 많이, 예상보다 더 많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2. 배달은 새로운 요식업의 트렌드

예전과 같이 홀장사 만으로 승부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요식업에서 이제 배달은 시대의 흐름입니다. 편의점도 배달을 하는 시대니까요. 2019년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통계청 추산 9조 7,000억 원 수준이었는데, 실제로는 집계치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올해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그렇다 보니 식당을 창업한다면 배달을 반드시 고려해 두어야 합니다. 저 역시 배달을 시작하고 나서 매출의 신장을 이루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달로 판매하는 마진율이 상당히 괜찮은 수준까지 확보되었습니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포장 용기도 결정하고, 원가 계산 시에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배달 대행료를 반드시 미리 반영해야 된다는 것인데, 배달앱의 광고 서비스와 배달 대행업체에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고 음식의 가격 결정에 대한 준비를 놓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중의 한 장면, 이제 배달은 중국집의 전유물이 아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

 

3. 기발하고 특별한 아이템에 뻔한 것도 끼워넣는다.

기발하고 특별한 메뉴로 승부를 보려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 역시 지난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생선구이를 주력 메뉴로 판매하였죠. 참고로 생선구이는 모 배달앱에서 선정하였던 배달할 것 같지 않은 배달음식으로 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던 나름의 특별한 메뉴였습니다. 그리고, 생선과 관련된 음식들로 메뉴를 구성하였는데, 그 와중에 생선과 관련이 없는 메뉴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제육볶음입니다.

 

처음에 제 메뉴판을 보고 아는 분이 이야기하기를 저 메뉴 때문에 전문점 느낌이 나지 않는다며, 저걸 누가 찾겠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면서 제육볶음은 식당의 매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제육볶음을 사 가시는 분까지 계실 정도였으니까요. 특별한 메뉴는 왜 특별하냐면 그만큼 수요가 없고, 장사가 안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해줄 메뉴가 필요합니다. 왜 음식점들이 비슷한 가게들이 많은지 직접 장사를 해보시면 이해가 쉽게 될 겁니다. 결국 대중적이고 다소 식상해 보이는 메뉴가 많은 것은 그 이유가 있습니다.

- 제육볶음, 생선구이를 파는 식당에서도 잘 나가는 메뉴였다. -

 

4. 사람들은 생각보다 맛을 잘 안다.

가끔 사람들은 어차피 맛을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조리 시간을 약간 변경하거나, 재료의 비율을 조금 달리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요. 이런 부분 때문에 재료를 바꾸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사람들은 확실히 맛을 압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 변경되었는데 맛이 다르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더군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맛을 안다는 것은 이걸 어떻게 조리했고 재료가 뭐가 바뀌었다 이런 건 모르는데, 맛이 있다와 맛이 없다는 분명하게 구분해 냅니다. 이걸 늘 염두에 두고, 재료를 쉽게 바꾸지 말고 조리 방법도 일관되게 해야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람들은 미묘한 맛의 차이도 의외로 잘 안다. 출처: SBS 3대 천왕 -


제목에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사실 실패는 아닙니다. 식당을 창업하고 운영하고 그리고 폐업까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가 더 든 이후에, 무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그 순간에 고를 수 있는, 추가의 카드,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겼기 때문이죠.

 

혹시라도 새롭게 식당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부디 이 내용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든 이 시기가 어서 빨리 지나가고,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라면서 포스팅을 마칩니다.

 

When your day is long and the night
The night is yours alone
When you're sure you've had enough of this life well hang on
Don't let yourself go
'Cause everybody cries
And everybody hurts sometimes

- Everybody hurts by R.E.M.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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