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목을 젖히고 밤하늘의 별을 물끄러미 응시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죠. 시골에 가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맑은 밤하늘을 향하게 되는데요, 아마도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하는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이나 햇님, 달님을 필두로 한 별들과 관련된 우리 설화들을 되새김질하게 되기 때문이겠죠. 저도 가끔 저 우주에서 내려오는 외계인과 마주치는 어이없는 공상에 빠지곤 하는데, 야밤에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검푸른 밤하늘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솟구쳐 오르기도 하고, 경외감마저 듭니다.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이 광활한 우주에 나는 뭔가.
Lazenca - A Space Rock Opera
1997년에 방영되었던 영혼기병 라젠카. OST를 넥스트의 정규앨범으로 발매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아쉬운 완성도에 비해 실로 엄청난 퀄리티의 명반이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별이라고 하니까 이 음반에 수록된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최남선의 시와 같은 제목의, 곡이 생각나는군요. 오늘 퇴근길에 운전을 하는 동안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고한 그 가수도 참 보고 싶네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선배 느낌을 주던 그 가수 말이죠.
더 높이 더 멀리 너의 꿈을 찾아 날아라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 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다음에 올 사람들이 널 인도하고 있는 거지
- 해에게서 소년에게, N.EX.T의 네 번째 정규앨범, Lazenca - A Space Rock Opera -
혹시라도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천문대에 데리고 가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천문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체험하면서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신다면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정말 좋습니다. (강조의 의미로 좋다고 두 번 말함.)
소행성에 착륙하여 샘플을 채취하여 귀환한 하야부사 탐사선
일본은 순수 자신들의 기술로만 이루어진 하야부사를 쏘아 올렸고, 소행성 이토카와의 시료를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시켰습니다. 기사로 접한 저에게도 정말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었는데 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얼마나 벅찼을까요. 2003년에 출발한 하야부사는 소행성에 무려 착륙(!)을 하고 샘플을 채취한 다음에 2007년에 무려 귀환(!)한 탐사선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야부사2를 2014년에 쏘아 올렸는데, 소행성 류구에 2018년에 도착하였고, 무려 두 번의 착륙(!) 끝에 샘플을 채취하여 2019년에 류구를 떠나 귀환하여 시료 캡슐을 2020년에 지구로 떨어뜨리고 다른 소행성을 탐사하러 떠났습니다. 사실 이때 일본은 굉장히 열광하고 환호하였는데, 중국도 달에서 샘플을 채취해왔죠. 이웃 나라들의 대단한 성과와 비약적인 발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약간 씁쓸(?) 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우리도 곧 따라잡을 수 있겠죠. 어제 마침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발사에 성공하였고, 궤도에 안착하였으니까요.
생명체 기원에 대한 단서와 프로메테우스
소행성에 착륙하여 시료를 채취하여 귀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기술이지만, 미국도 여태 성공하지 못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체의 기원을 풀어줄 열쇠가 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우주의 토양에 탄소가 있을 수가 있는데, 그렇다면 지구에 유기물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외의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에 대한 단서 역시 발견될 수도 있겠죠. 현재 굉장히 열심히 분석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연구결과가 나올지 기다려 보아야 하겠습니다. 뭐, 좀 앞서 나가자면 프로메테우스의 engineer가 인류의 기원일지도요. 농담 아닙니다.
희대의 걸작, 2001: a Space Odyssey 와 David Bowie
톰 소령이 우주로 나갔다가 표류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Space Oddity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평소에 나도 모르게 가끔씩 흥얼거릴 정도인데, 스탠리 큐브릭의 2001: a space odyssey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제목만 봐도 오마주 느낌이 물씬 나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제가로 쓰이면서 많은 분들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가사 역시 정말 백미인데, 말로 설명하기가 조금은 어려운, 기묘한 감성에 젖어들게 만들기도 하고 공상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리고, 이 곡을 들어보신 분은 피터 실링의 Major Tom (Coming home) 역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 노래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에도 등장합니다. 영화도 좋지만 이 역시 좋은 곡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데이비드 보위의 Starman은 마션(The Martian, 2015, Ridley Scott)에 메인 테마곡으로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데이비드 보위는 우주에 대한 음악을 많이 만들었군요. Space oddity, Moonage daydream, Starman, Life on Mars?, Black Star.
Black star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백골이 된 우주인이 등장하는데, 누구라도 이 우주인이 데이비드 보위를 세상에 알린 Space Oddity의 Major Tom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지구에 귀환하지 못하고 검은 별에서 맞이한 최후. 앨범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역시 직감하였던 것일까, 데이비드 보위는 이 앨범을 발표하고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납니다.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2019년 감상한 작품 중 최고 중의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로이는 아버지를 찾아 우주 저 멀리 비행을 하고 돌아와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래의 대사에 그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I'm unsure of the future but I'm not concerned. I will rely on those closest to me, and I will share their burdens, as they share mine. I will live and love.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난 걱정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을 의지하면서 난 그들의 짐을 나누고 그들은 나의 짐을 나누면 됩니다. 난 살아가고, 사랑할 겁니다.
- Ad Astra 중 Roy -
최근에 일본의 억만장자가 스페이스 X의 스타쉽을 타고 함께 우주를 여행할 동반자를 모집하여 화제였죠. 지원자가 엄청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꼭 먼 우주까지 항해하지 않아도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면,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찾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라는 말이 있죠.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눈길이 꼭 먼 곳 만을 향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인생의 단순한 진리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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