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굉장히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봅시다. 회사에서 공을 들인다는 것은 많은 비용을 투입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기업이 비용을 투입한다는 것은 인력과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고 경우에 따라 컨설팅 펌에 의뢰하여 여러 분석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많은 비용을 투입한 이 프로젝트가 결국에는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의 경우에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면 당연히 프로젝트는 중단이 될 겁니다. 관련하여 의사 결정을 한 사람도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겠고요. 속이야 쓰리겠지만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겠죠. 기업은 수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이런 경우에 누군가의 의지로, 경제성이 없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회사에 손실이더라도 자신의 이익이나 자리보전을 위해 이것을 이용할 것이고, 그 안에 속해서 함께 일하는 어떤 이에게는 반대로 참 답답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사내에서 누군가의 정치적인 입지나 자존심 문제라던가, 아니면 공급자와 수요자의 어떤 알 수 없는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겠지요. 어찌 되었든, 누군가는 이득을 취할지 모를지언정 정작 기업은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함으로써 손실을 봅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마주치게 되는 가장 싫어하는 상황 중의 하나입니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Concorde)
제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 후, 미국의 항공기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글로벌 여객기 시장을 미국이 잠식하기 시작하는데, 이에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크게 자극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영국의 BAC와 프랑스의 Aerospatiale가 합작으로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아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바로 그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가 탄생합니다.
콩코드는 순항속도가 마하 2를 넘어서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죠. 당시에 8시간이 걸리던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 30분 정도로 단축이 가능했습니다. 참고로 파리와 뉴욕의 시차는 6시간입니다.
그런데, 콩코드를 개발하고 나서 운용하다 보니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큰 문제라는 것은 바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죠.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면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문제입니다. 콩코드는 높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비행을 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가격과 함께 연료비 역시 많이 들었는데요, 게다가 좌석의 수가 다른 여객기에 비해서 훨씬 적었기 때문에 요금이 굉장히 고가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큰 비용을 들이더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더 유리한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효용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여행 갈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오죠. 일반적인 사람들은 다른 대륙으로 여행을 갈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이미 개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도 투입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집어넣고 잘못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큰 산업을 순순히 미국에 내줄 수도 없었겠죠. 그러다가 결국 큰 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2000년 7월 25일, 파리에서 뉴욕을 향해 이륙한 콩코드, 에어프랑스 4590편이 갑자기 불길에 휩싸이더니 호텔에 충돌하여 폭발하였습니다. 원인은 다른 비행기가 떨어뜨린 금속 조각이 콩코드의 타이어를 파열시켰고 튀어나간 타이어 조각이 연료통에 손상을 입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고로 콩코드에 탑승한 109명이 전원 사망하였고, 호텔에서도 4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이후 1년 2개월이 지나 콩코드의 운행은 재개되었지만 도저히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죠. 엄청나게 비싼 운임에 더해서 사고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생겼으니 승객이 도저히 늘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2003년 11월에 상업 운행을 종료하게 되면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집니다.
콩코드의 오류 (Concorde Fallacy)
위의 콩코드의 사례를 보듯이 이미 투자한 비용에 집착하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콩코드의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합니다. 비슷한 말로 매몰비용(sunk cost, retrospective cost)의 오류라고도 하는데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 자명한, 혹은 이미 실패한 일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비용을 투입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그동안 투입한 자원에 대해서는 현재 회수할 수 없다면 가치는 그냥 없는 것입니다. 매몰비용으로 판단이 된다면 아깝겠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고려 사항에서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사실 기업 경영에서의 의사 결정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콩코드의 오류에 빠지는 예를 볼 수가 있는데요, 본전 생각에 노름판을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이나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시험에 또다시 도전하는 공무원 시험 수험생도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혼동하는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이미 소모된 자원은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그동안 돈을 이만큼 들였는데, 지금 좀 안된다고 중단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 한다면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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