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인성이나 인간관계를 제외하고 업무 역량에 한해서 이야기하자면, 성과도 그다지 높지 않고, 주변이나 동료들 사이에서 평판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데 당사자는 스스로가 굉장히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드물지 않게(?) 볼 수가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본인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경우들을 말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죠. 업무 역량도 높고, 일도 잘해서 성과도 좋은데 스스로가 겸손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전자보다 드물긴 하지만 있긴 합니다만. 그런데, 이런 경우에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기가 아무래도 어렵죠. 자신의 수준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메타인지가 부족한 것입니다.
※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히며, 일반화는 할 수 없습니다.
메타인지란 (Metacognition)
DC 코믹스의 설정에 보면 원더우먼이나 사이보그, 플래시, 아쿠아맨 등을 메타휴먼이라고 부르죠.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이 아닌 이들. 인간을 초월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들입니다. 메타라는 접두어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될 겁니다.
자, 그러면 메타인지(meta認知, metacognition)라는 것은 인지를 넘어선 것일 텐데, 쉽게 이야기하면 인지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인지는 어떠한 것에 대해서 인식하여 안다는 뜻인데요, 나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 AI가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유일한 능력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메타인지에 대해서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Metacognition is an awareness of one's own thought processes and an understanding of the patterns behind them. The term comes from the root word meta, meaning "beyond", or "on top of". Metacognition can take many forms, such as reflecting on one's own ways of thinking and knowing when and how to use particular strategies for problem-solving. There are generally two components of metacognition: (1) knowledge about cognition and (2) regulation of cognition.
출처 : wikipedia.org
자신이 생각하는 사고 과정과 그 이면에 있는 패턴에 대해 이해하고 안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좀 더 풀어쓰자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하는 능력, 그리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 보완을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게 사실 교육학 쪽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주목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의 글을 한 번 읽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내용이 참 흥미롭죠. 자신의 수준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지적 능력 메타인지 (naver.com)
메타인지가 교육학 쪽에서 주목받았다고 위에 언급한 바가 있는데, 보통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오답 노트를 만들죠. 틀린 것에 대해서 왜 틀렸는지 복기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지 분량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되는 것이죠. 바로, 자신이 공부한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였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나는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풀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인데요, 어떤 학습지의 광고에서 아는 건데 틀렸다는 학생에게 알면 맞춰야지, 그건 아는 게 아니다라고 유명 배우가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실 모르는 것인데, 자신이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죠.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자신이 했던 일이나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이건 왜 그러냐 하면 심층적으로 이해를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깊이 있게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수행을 해서 그런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더러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이런 것들이 누적되어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부하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할 때 (물론, 지정된 양식이 없는 경우에) PPT로 작성하라고 하는데요, PPT로 작성하면 실제로 발표를 하지 않더라도 프레젠테이션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그러면 남에게 설명을 하는 상황에 놓이는 시뮬레이션(?) 회로가 돌아가는데요, 자신이 했던 업무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고, 앞으로 진행해야 할 업무에 대한 계획 역시 비교적 체계적으로 잘 세워지게 되죠. 이 역시 메타인지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직장 생활을 수십 년을 한 거도 아니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우습습니다만, 자신의 업무 내용을 정리할 때 PPT로 발표자료를 작성하듯이 해보십시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공자(孔子)가 그의 제자 자로(子路)에게 아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기를,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라고 합니다. 알면 안다고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이미 선현들은 메타인지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죠.
자신의 수준에 대해서 잘 알아야 꼭 회사 업무가 아니더라도 어떤 취미든, 하다 못해 집에서 청소를 해도 더 잘할 수가 있습니다. 한번 즈음은 자신에 대해서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떤 수준으로 하고 어느 정도까지 처리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 말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하게 계획이 설 테죠. 사소한 습관과 태도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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