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의견 차이를 넘어서서 젊은 세대들과 의도치 않은 충돌이 벌어지는 매니저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사실 저 역시 부하직원 때문에 속을 부글부글 끓인 일이 없다고는 못하겠고요. 앞에서는 차마 말을 못 했지만, 업무에 소홀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부하직원이나 동료직원이 있으면 정말 직장에서 이보다 힘든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생각하기에 직무나 업무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세대들도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예전처럼 연봉을 많이 받고 싶어서,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어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투자한 주식이나 가상화폐가 급등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탓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심이 다른 곳에 쏠려 있는 것이겠죠. 예전에는 보통 신입사원들이 나도 임원이 되고 싶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다, 빨리 승진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곤 했는데 요즘은 열심히 일해서 연봉도 오르고 이직도 해봤자 허사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제는 누구라도 자산 격차를 메우기 위해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하고, 금융 지식을 쌓아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매니저들은 꼰대라는 단어로 표현되듯이, 상사들을 획일적으로 꼰대라는 단어의 틀에 가둬버리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으로 시작하는 정말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들이밀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어찌 되었든 세상은 많이 변했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조직을 운용하는 방법 역시 그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겁니다. 그렇다 보니 HR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평가권자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떻든 간에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라면 근무 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프로페셔널한 모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당연한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어처구니가 없는 일일 수도 있으나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부하직원이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지 않고 근로 의욕이 샘솟도록 만들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연봉이나 여러 부수적인 처우 수준 같은 보상을 떠올리겠지만, 저는 인간관계에서 그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는 것이지, 우선 보상이 있어야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되는데 할많하않입니다.
연저지인(吮疽之仁)의 일화
전국시대의 고사로 연저지인(吮疽之仁)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연저지인이란 '종기를 빠는 인자함'이라는 뜻인데, 위나라 장수 오기(吳起)가 부하 병사의 다리에 종기가 생겨 고름이 흐르자 입으로 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그 부하 병사의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였다고 하는데, 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묻자 그 대답이 아래와 같습니다.
대장군이 아이 아버지의 종기도 빨았는데, 그 사람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앞장서서 싸우다 전사하였습니다. 내 아들 역시 이런 은혜를 입었으니 곧 전장에서 죽을 것 같습니다.
이 일화는 오기의 어진 면모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충성스러운 부하를 만들기 위한 용인술의 일환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만,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의 관계와 관련해서 한번 생각해 볼만한 고사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이물리(利而勿利)
이이물리, 利而勿利. 이롭더라도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라. 주나라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 그리고 성왕의 숙부였던 주공이 자신의 아들인 백금에게 하였던 말로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입니다. 주공의 아들인 백금이 영지인 노나라의 영주로 부임하게 되었을 때, 노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느냐는 물음에 답했던 것이 이이물리였습니다. 이롭더라도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거라. 이건 사실 백성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측면으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관리자의 입장이나 군주의 입장이나 어떤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니까요.
예전의 한 직장에서 부서가 아닌 자신에게 외부의 시선과 모든 포커스가 맞춰지길 바라는 매니저가 계셨는데, 제가 감히 평가를 하는 것은 좀 그렇긴 합니다만, 이 분은 업무적 능력이나 업무를 대하는 자세가 굉장히 좋았음에도 팀원들로부터 크게 신뢰를 얻지는 못하였습니다. 업무적인 성과가 있을 때 주목을 받는 것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향하기를 원하는 성향이 있어 부하직원들이 의욕을 많이 잃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어떤 성과가 났을 때 그걸 부하직원에게로 돌리면 부하직원의 신뢰도 받을뿐더러, 사실 그건 그 부서나 팀의 공이 되므로, 결국 매니저인 자신의 성과가 된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이상하게 이해를 못하시더군요. 조금만 멀리 보면 그런 것들은 사소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아야 하겠죠. 그리고, 이건 부하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평가 시에 반영될 것을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지요.
예전에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 대해서 작성한 글이 있는데, 이 포스팅 역시 같은 맥락의 글입니다. 모든 것의 해답이 인간관계에 있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임은 명백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2021.01.23 - [Career Story] -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에 대해서
위의 두 이야기는 나름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부터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까지 우리는 옛 고사나 일화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도 자신의 상사들을 꼰대라는 틀에 가두어 절하함으로써 그간의 누적된 경력에 대해 쉽게 치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평가권자들 역시 구태의 악습이나 불합리를 부하직원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거나 바래서는 안 되겠죠. 시대는 변하고 있고, 이미 변했기도 하고, 하지만 누구나 결국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서로 신뢰를 가지고 함께 가는 동료로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직원들이 조직에 로열티를 가지게 되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자산이 없습니다. 저 역시 오기나 주공 같은 그런 상사가 되어야겠고요.
아마도 Boston Legal에 나왔던 대사로 기억합니다. 조금 낯 뜨겁고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제가 인터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리고 조직에 서로가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I will be your valuable a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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