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을 앞둔 예전 직장의 후배가 식사를 대접하겠노라 초대해 주어 오랜만에 옛 동료 몇 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마침 요즘이 평가 시즌이더군요. 보통 회사마다 회계 기준의 차이가 있어 시점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12-1월 혹은 3-4월에 한 해의 performance에 대한 appraisal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assessment, evaluation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국내 기업들은 인사 평가, 인사 고과, 근무 평정 등으로 명칭 하기도 하고요. 소위 월급쟁이들(?)에게는 연봉과 승진이 그 사람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지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터라 직장인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일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조직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진문공과 개자추, 그리고 한식(寒食)
춘추시대에 진문공(晉文公)은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서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즉위하자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펼치게 되는데, 그때 조금의 소홀함이 있어 개자추(介子推)라는 사람을 누락하고 맙니다. 어떠한 벼슬도 내리지 않은 것이죠. 개자추는 망명 중이던 진문공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구워서 바친 일도 있을 정도의 충신이었는데, 굉장히 서운하였을 겁니다. 진문공은 그런 개자추를 잊어버렸던 듯합니다.
※ 논공행상(論功行賞) : 공로를 따지어 알맞은 상을 내림.
그런데, 모시던 사람이 왕이 되면 공을 다투기도 할 법 한데, 개자추는 어떤 불만도 토로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면산(聃山)으로 숨어 버립니다. 저도 약간은 이런 타입인데, 개자추 역시 사실 억울한 만한 일이긴 하나 한편으로는 성격이 그런 사람이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간 흘러 진문공은 개자추를 등용하려 찾았지만, 면산에 숨어든 개자추를 찾을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불을 지르게 되는데, 개자추는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불에 타 죽는 선택을 합니다.
이것이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의 하나인 한식(寒食)의 유래입니다. 날짜는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4월 5일이나 6일이 되는데요, 이 날은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불을 피우지 못하게 하면서 찬 밥을 먹는 풍속이 있지요.
그런데, 이 개자추의 경우만 빼고 보면 진문공의 논공행상은 굉장히 합리적이긴 했습니다. 열국지에 보면 호숙이 논공행상에 대해 섭섭함을 고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문공은 자신의 분명한 원칙을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상을 내렸는지 말이지요. 이 정도로 원칙과 그 근거가 정당하고 합리적이라면 어떤 신하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요. 호숙도 그냥 물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 블로그를 보면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위에 진문공이 논공행상에 명확한 원칙을 앞세웠기 때문에 불만이 있는 신하들도 승복할 수밖에 없었고, 또 반대로 소홀함이 있었기에 충신을 잃었습니다. 기업의 인사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도 없고, 그다지 기여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숙처럼 뻔뻔하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자추처럼 다소 억울한 경우도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평가만큼은 더욱더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 결과가 직원들의 급여나 성과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여야 모든 사람들이 그 결과를 납득하여 받아들이게 되겠죠. 기업이라는 것의 첫 번째 목표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평가권자가 한 직원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좋은 고과를 주고 승진까지 시킨 경우를 보았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사적인 감정이 작용하였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회사라는 곳이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나이가 많아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승진을 시킨다는 것도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죠. 나중에는 경력은 짧으나 나이가 많은 직원이 자신도 나이가 많다며 승진을 요구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업무 역량 면에서 굉장히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발탁에 가까운 특진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니, 불이익을 당해도 모자를 사람이 승진을 하니 사람들은 의욕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평가와 승진이 수차례 이루어지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고과나 승진은 경력과 성과를 근거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고 모든 직원들이 인식을 하게 됩니다. 열심히 일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되죠. 그리고 평가 시즌에 돌입하게 되면 저마다 승진시켜 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각자에게 나름의 명분도 있습니다. 성과도 낮고 경력도 짧은 저 사람은 되었는데, 왜 나는 안 되냐. 기준이 뭐냐. 그렇게 불만이 가중되어 갑니다. 승진과 좋은 평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람까지 생깁니다. 결국 비합리적이고 건전하지 못한 구조가 정착되죠. 어차피 공정성이나 절차적인 원칙이 없기 때문에, 과정은 투명하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조직 내 정치, 부정한 방법이 통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큰 조직도 시스템이 허술하면 몇 명의 매니저로 인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그리고 수년 후 직원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나, 그저 그런 직원들만 남게 될테고요.
예전의 어떤 글에서 한번 쓴 적이 있지만, 그냥 정직한 것이 최선일 터,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그 성과를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죠. 아무래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생활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의 공정성과 합리적인 것들은 담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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