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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Story

직장 적응기_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by JCSPIRIT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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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에 도전한 지 1년여 만에 임금 노동자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제 또다시 새로운 회사에 적응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거대한 조직에서만 근무를 했었는데, 현재 직장은 아주 작은 규모의 로컬 기업이기 때문에 이전에 근무하였던 직장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사뭇 많은 부분이 다르고, 기존의 시각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것들이 많아, 현재는 파악하고 적응해 나가는 단계이지만 그중에 느낀 점이 조금 있는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업무의 분업화 측면입니다.

 

보통의 기업들은 업무가 직무별로, 그 기능별로 세분화가 되어 있지요. 저도 한 때는 R&D에 몸담았었고, 또는 Plant에서 engineer로서 근무를 했었지요. 그리고, 해당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해당 직무에서의 커리어를 보통 개발해 나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연구원이던 시절에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여러 물성들을 측정해야 했으며, 고객사나 마켓의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경쟁사나 시장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논문이나 서적도 열심히 읽으면서 컨퍼런스나 학회에서 새로운 기술들을 접해야 했지요. 원가를 낮추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공정을 개발하는 것도 해야 하던 업무입니다. 특허 역시 해마다 작성해야 했고요. 이렇듯, 그 기능별로, 직무별로 특화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스페셜리스트였지요. 어떤 기업에 근무할 때는 직책 자체가 production specialist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할 때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모던타임즈에서 찰리가 나사를 조이던 일만 반복적으로 하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렇듯 거대 조직들은 여러 기능들이 각자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춰지며 돌아가게 됩니다.

- Modern times, Charlie Chaplin, 1936, 찰리는 분업화된 공장에서 나사를 조인다.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

하지만, 현재 직장에서는 발주 처리나 재고 관리를 포함하는 SCM 업무부터 구매, sales, 고객사 기술지원, 그리고 품질 대응 등의 사후 처리까지 모두 자신이 담당한 market segment에서 직접 해야 합니다. 규모가 있어야 직무와 기능을 세분화시키고 분업화할 수가 있는데, 그런 수준의 규모에 도달하지 못한 직장이기 때문이죠.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는 여러 기능들이 모여서 미팅을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하던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런 미팅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역할을 하는 각자가 취합을 위한 공유는 필요하겠습니다만, 거대한 머신 자체가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구동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작은 머신들이 개별적으로 전체 기능을 하면서 움직이는 셈입니다. 그야말로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죠. 깊이는 없을지언정 폭넓게 알아가면서 여러 기능들의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현재 저는 여러 부분들이 낯설지만 특히 무역 관련된 업무들이 다소 생소하군요. 예전 같으면 CS나 구매, SCM 부서에서 해주던 업무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모두 스스로 섭렵해야 합니다. 작은 기업이라 별도로 트레이닝이나 OJT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떻든, 포텐셜을 보고 저를 채용한 기업의 기대치도 충족시켜 줘야 하겠고, 일단은 생존해야 하니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화성에 혼자 남은 와트니가 이런 심정이었으려나.

- The Martian, Ridley Scott, 2015 -


어찌 되었던, 이제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들에 잘 적응해야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이것 역시 나중의 저 자신에게는 경험들이 자산이 되어 남겠지요. 잘해나간다면 어떤 업무를 하던 사람을 만나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통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업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현재를 즐기면서 오늘도 일보 전진합니다.

이 똑같은 세상을 어떡하든 버티는 나
I'm just what I am
호떡 같은 세상을 끝도 없이 뭉개는 우리
We're just what we are
쉰 떡 같은 세상을 느리게 더 느리게 널 볼 수 있게
천천히 걸을까 멈추지 말아 볼까 그렇게 살아볼까 그게 뜻대로 될까 아 beautiful life

- 신해철, A.D.D.a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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