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_손님의 환불 요청, 당황스러운 해프닝

by JCSPIRIT 2020. 5. 21.
반응형

음식을 포장해 가신 손님이 가게에 다시 찾아와 환불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유는 음식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는 것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제가 먹어 보았을 때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환불을 해야 될 정도라고 판단하였으니 1인분의 메뉴를 먹다가 이렇게 가게까지 다시 찾아오셨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군말 없이 바로 환불해 드렸습니다. 이런 경우 오랜 경력과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대처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내심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에 초보 자영업자로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과와 환불뿐이었습니다.

 

요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손님들을 자주 마주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맛을 이유로 환불을 해드린 일 자체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는데, 저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불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맛이 이상하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물론 그 손님은 흔히 말하는 진상 손님도 아니고, 굉장히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조심스럽게 환불을 요청하셨습니다.

 

식재료를 모두 다시 점검하고, 그 메뉴를 하나 똑같이 조리해서 먹어보았습니다. 전혀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 손님이 환불하면서 두고 간 음식이나 새로 만든 음식에서 전혀 이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내 입맛이 혹시 이상한 건가 하는, 제 자신의 입맛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귀가를 하면서 아내의 시식을 위해 1인분을 포장해서 갔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평가는 맛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평소와 다른 것 같다였습니다. 가장 염려하였던 반응입니다. 내 입맛이 이상하면, 일정하지 않다면 음식 장사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어제저녁 동일한 메뉴를 2인분 포장해 가신 단골손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 문자를 남겼습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동일한 메뉴라서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필요한 조치와 환불을 해드리겠으니 꼭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를 만들어서 먹어보았는데, 전혀 이상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입맛이 맛을 분간해 내지 못하는 건가 하는 불안이 엄습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배달의 민족에서 해당 메뉴의 주문이 들어오지 않도록 모두 품절 처리하였습니다. 가게의 홀과 포장 역시 해당 메뉴는 주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최종 확인이 될 때까지는 그 메뉴는 판매할 수가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어제의 단골손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전혀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하였고, 평소처럼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와 다른 점 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는 그 말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였습니다.

 

계속 신경을 쓴다면 끝도 없겠지요. 걱정은 걱정을 낳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기에' 당황스러운 해프닝으로 생각하면서 이대로 마무리하고 다시 해당 메뉴의 판매를 재개하였습니다.


예언과 선택, 그리고 믿음.

모피어스는 예언에 따라 앤더슨, 네오를 구원자라 믿습니다. 하지만, 오라클은 네오가 '그'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을 해야 된다고 말을 합니다. 믿음을 가지라고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삶은 스스로 통제해야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건네죠. 그리고, 스스로 신념을 가지지 못했던 네오는 결국 믿음을 가지고 예언을 이깁니다. 구원자가 되기로 믿고 스스로 구원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 필요한 것은 믿음 뿐. 내 삶은 내가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 -

 

I believe I can bring him back. 내가 그를 데리고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오라클의 대사처럼 삶은 스스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정해 준 길을 따라, 예정된 결론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운명이나 예언보다는 스스로를 믿는 것입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스미스 요원에게 붙잡힌 모피어스를 구하러 가는 네오가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가졌듯이 말입니다.

 

이제 저도 제가 운영하는 식당에 작은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오늘도 힘차게 새로운 상황들을 맞닥뜨리면서 나아갑니다.

 

- The Matrix, 1999, Lilly Wachowski, Lana Wachowski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