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_운영의 변화, 배달의 민족 울트라콜 광고 해지와 홀 식사 중단

by JCSPIRIT 2020. 5. 27.
반응형

계절의 여왕 5월이 어느새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화창했던 4월 7일에 식당을 개업하고 어느새 운영을 시작한 지 8주 차에 접어들었고요. 빠르게 흘러버린 시간만큼 새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어제는 직장인 시절의 동료들이 퇴근 후에 제가 운영하는 식당에 다녀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이지만, 아무래도 전우애랄까 나름의 유대감이 있었는지 여전히 반갑고 사무실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내 모습을 어색해 하기는커녕 유쾌한 모습으로 저를 응원해주니 고마움도 많이 들었는데, 다 함께 모여 앉아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여 마음 한 편으로는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저녁의 포장 주문들을 처리하고, 약간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식재료나 여러 상황들이 여의치 않아 충분하게 대접하지 못한 것 같은 부분도 약간은 마음이 쓰입니다. 좀 더 차분하고 편안한 식사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다음 기회에 또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배달의 민족 사용 경과, 그리고 울트라콜 광고 해지

울트라콜 광고는 여러 건을 집행할 수도 있는데, 요식업에서 배달을 하시는 분들이 흔히 표현하는 깃발을 꽂는다는 것이 바로 이 울트라콜 광고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 점포 인근의 특정 지역에 하나의 광고만 집행하였는데 제가 광고를 하는 그 지역의 중심에서, 또는 그 중심 근방에서 제 가게가 등록된 카테고리 내의 상단에 노출되는 원리입니다. 제 가게의 경우에는 제가 설정한 지역의 중심에서 배달의 민족 앱을 켜고 한식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상단에 노출되어 있겠지요.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홀을 운영하지 않고 주방만 등록하여 배달로 운영하시는 분들은 한 가게에서 배달의 민족의 여러 카테고리에 다수의 업체를 작명하여 입점시키고 울트라콜 광고를 10개, 20개씩 집행하는 곳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깃발을 열 개, 스무 개 꽂았다는 표현을 씁니다.) 심지어 치킨을 배달 판매하는 업소들은 200-300m 간격으로 깃발을 꽂는 지역도 있다니, 실로 엄청난 경쟁이 유발되고 있는 것이죠. 광고 하나 당 88,000원이니 열 개만 집행하여도 한 달의 광고비 지출이 880,000원이 됩니다. 배달업이 새로운 요식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 분야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한 시장이 된 셈입니다.

 

최근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나 판매에 대해서 겪어보니,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였다가 역풍을 맞고 다시 예전의 시스템으로 환원한 상황에 대해서 나름의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주문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내는 방식과 초기에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다음 노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려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의 대립으로 비춰진 점, 그리고 결국 깃발을 많이 꽂던 업체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귀결되었다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면 주문에 비례하여 내는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더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되지 못하였는가 하는 부분인데, 아마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쉽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배달 시장도 결국에는 영세한 점포들은 배달을 통해서 추가 수익을 올릴 수는 없는 구조로 초기 자본력을 동원하여 비교적 큰 투자를 단행할 수 있어야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 같네요. 이 부분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배달 판매를 시작한 것이 5월 16일, 토요일이었고 일요일은 휴무였기 때문에 금일까지 총 10일이 지나갔습니다. 현재까지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발생한 주문을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열흘간의 배달의 민족을 통한 주문 현황, 배달팁까지 포함된 금액 -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깃발 꽂기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작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나니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오프라인의 주문에 비해 굉장히 저조한 실적이었고, 미미한 금액입니다. 이 결과는 배달 시장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지 못하고 메뉴와 가격을 산정한 일종의 실책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하나씩 이 쪽 분야의 생리와 환경에 대해서 알아가고 연습해 나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울트라콜 광고는 하나만 집행하였기 때문에 현재까지 지불된 광고 비용은 5월 16일부터의 비용인 46,992원과 6월 한 달간의 비용인 88,000원으로 총 134,992원입니다. 그리고, 5월 16일부터 금일까지 일할 계산하였을 때 32,307원의 광고비가 소요되었는데, 울트라콜을 통해서 들어온 주문 금액이 단 두 건으로 48,000원입니다. 이는 배달팁까지 포함된 금액으로 배달의 민족이라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실상 비용만 지불하고 적자를 본 셈입니다. 하지만 7.48%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오픈리스트를 통해서 2건의 주문이 있었고, 배민오더에서 8건의 주문이 발생한 점으로 약간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는데, 울트라콜 광고는 해지하면 일할 계산되어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요 며칠간 아래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옵션 1. 울트라콜 광고를 해지. 이 경우, 내 가게가 한식 카테고리 내에서 노출되지 않지만,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만 정률인 7.48%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오픈리스트와 카드 수수료와 결제망 이용료만 부담하는 배민오더만 유지하는 방법.

 

옵션 2. 다른 가게들처럼 공격적으로 깃발을 여러 개 꽂는, 즉 다수의 광고를 집행하는 투자를 단행.

 

그리고 저는 옵션 1을 선택하였습니다. 비록 배달앱을 통한 배달을 시작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고, 빠른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점포에서 포장 주문이 점차 증가세에 있기 때문에 배달앱을 통해 공격적으로 광고를 집행하고 매출을 늘려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는 배달 그 자체만을 타겟으로 운영하는 수많은 업체들에 비해서 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약간이라도 회수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보았고, 울트라콜 광고는 해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일까지 집행된 광고비를 제하고 99,748원을 환불받아 회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고, 배달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업장을 운영하여야 하는지 깨우쳐 갑니다. 그리고 오픈리스트와 배민오더는 계속 유지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메뉴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잘 작동하기를 기대합니다.

 

홀 식사 중단

지난 주 중반부터 홀 식사를 중단하였습니다. 이제 포장 판매만 하는 셈인데,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혼자서 운영하기에 다소 벅차다는 부분입니다. 포장 주문이 점차 증가세를 보이면서 피크 시간대에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에 홀 식사 손님이 오시면 밥과 찬, 국까지 준비해야 하고 테이블까지 서빙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잦아졌고, 식사 후에 나오는 설거지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거기다가 매일 아침에 준비하는 밥과 찬, 그리고 다듬고 관리해야 하는 채소와 식자재들 역시 포장 주문이 늘어나면서 관리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였고요. 식사를 하러 찾아오셨다가 안내를 받고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을 보고 있자면 매출 측면에서 아쉬운 마음은 있습니다만, 혼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보았을 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배달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어 이 부분을 잘 메꾸어 주리라 기대해 봅니다.

 

What scares you is not water, but fear.
너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공포심.

이안 감독의 명작,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물을 두려워하는 파이에게 삼촌이 이야기합니다. '너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공포심이란다.' 식당을 운영한 지 이제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도 매일 있습니다. 가끔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한 순간에 직면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가 처한 환경이나 이미 벌어진 그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날 두렵게 하는 것은 결국 제 마음이지, 제가 처해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리처드 파커와 함께 망망대해에 표류하던 파이를 떠올리며 오늘도 힘을 내서 요식업이라는 미지의 세상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Life of Pi, 2012, Ang Lee (李安)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