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시대가 바꾼 모습, 오랜 친구들과 랜선 회식

by JCSPIRIT 2020. 12. 5.
반응형

한 달여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이 망할(!)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취소가 되었습니다. 직업도 제각각에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정상적인 상황이더라도 시간을 내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도시의 경계를 넘어 만나기에는 모두의 동선이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는, 한 가지 묘책 아닌 묘책을 생각해 냈으니, 화상회의를 통해 각자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온라인 상으로 만나기로 하였고, 생각보다 괜찮은 모임이 랜선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만났는데도 뭐가 그리 할 이야기들이 많은지 술자리가 꽤나 길어져서 9시에 시작한 음주가 자정을 넘겨서 끝났네요.

- 30년 지기 친구들과의 랜선 회식, 줌을 통해 술자리를 가졌다. -

각자 가정에서 준비를 하다 보니 홍탁에 라면에 마라탕에 치킨에 온갖 메뉴가 쏟아져 나와 이게 참 재미도 있고, 실제로 술을 따라주고 잔을 부딪히지 않아도 화면을 통해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면서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친구들을 보니 마치 함께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재테크 이야기에 직장 이야기며, 각자의 가정사들. 아마도 30년이 넘은 그 긴 우정으로 겹겹이 쌓인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나이가 들어서도 해마다 1-2번 이상을 만난 지도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코 찔찔 흘리던 소년 시절에 철없이 어울려 다니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군요.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공유하는 것만큼 소중한 것 역시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가면을 하나씩은 쓰고 있다는 말들을 합니다. 아무래도 성인이 된 이후에는 각자의 이해타산에 의해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제 후배 하나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하더군요.

성인이 되어서 만난 관계에서 1년에 한 번 이상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면 굉장히 친한 거야.

일견 동의를 합니다. 아무래도 모두가 바쁜 각자의 일상에서 우선순위를 앞에 두고 연락하고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회사에서 정말 친하게 지내던 동료도 퇴사 후에는 연락이 뜸해지고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은 만나는 예전의 동료들에게도 참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난 이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다. 이미지 출처: 마린블루스 -


저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을 거쳐 모두가 각자의 가정을 꾸린 지금까지도 오랜 기간을 꾸준히 교류하는 오랜 벗들이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운이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가면 따위는 없는 친구들 말이죠. 그냥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 만나는 사이. 그리고 아마도, 현재까지 흘러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 관계가 이어질 겁니다.

 

사람들 만나기가 꺼려지는 요즈음입니다. 특히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하는 고향 친구들, 예전의 친했던 동료들, 그리고 떨어져 사는 가족들까지, 이렇게 랜선으로 회식이나 모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동력을 주는 존재들이니까 말이죠.


I never had any friends later on like the ones I had when I was twelve. Jesus, does any one?
12살 때의 그 애들 같은 친구가 나에겐 다시는 생기지 않았다.

Stnad by me, 1986, 롭 라이너

- Stand by me, Rob Reiner, 1986,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