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넘나드는 긴 시간은 특별한 성과를 가져온다.
점포의 임대차 계약에 따른 잔금을 치르고 나서부터 바쁜 하루하루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업신고를 마쳤고, 사업자 등록을 한 다음, 기존의 임차인이 사용하던 인터넷 회선과 전화번호를 통신사에 가서 인계받았습니다. 필요한 집기류와 가전제품들을 서둘러 구매해야 하고, 브랜드 로고가 준비되었으니 간판 및 썬팅을 준비해야 합니다. 홍보물도 검토해야죠. 포장용기도 어서 알아보고 준비하여야겠네요. 도시가스는 준비를 마쳤고, 점포 내 구석 구석 끝이 나지 않을 듯이 청소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배기를 위한 후드 덕트 설치 공사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공사 비용을 어떻게 하면 아낄 수 있을까 연일 고민 중입니다. 배달앱에 등록할 준비도 해야 되고, 배달대행업체 역시 알아보고 선정해야 하는군요. 홀에 여러 가지 배선도 정리해야 하고 공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서 테이블이며 의자들, 메뉴판은 어떻게 할지, 주방의 집기들 배치까지 사소하지만 중요한 많은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조리에 대한 충분한 연습도 필요하고 식자재 구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최종 점검을 해보아야 합니다. 나중을 위해 블로그에 기록까지 열심히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할 일들이 많이 있겠지요.
이렇듯 이 작은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경험을 쌓기 위해 모든 일을 최대한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즈음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루 서너시간 밖에 자지 않고 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고 무의미한 작업이 아니라면 한계를 도전하면서 보내는 긴 근로 시간은 분명히 확실하고도 특별한 성과를 가져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말이지요. 워라밸이라는 말을 필두로 직장 내에서 야근을 없애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요즈음에는 약간 고리타분한 소리일 수는 있겠네요.
삶은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흘러간다.
제가 퇴사와 함께 창업을 하리라 결심한 데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조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저 혼자서 일하는 업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동업자도, 직원도, 아르바이트도 없이 저 혼자서 운영하는 매장 말이죠.
회사를 그만두고 나름의 즐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퇴사 후 지금껏 하고 있는 이 일들은 오롯이 저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제가 져야겠지만, 그 결과 역시 오롯이 저의 것입니다. 길게 쓰지는 않겠지만, 조직이라는 곳은 필연적으로 동료들, 다른 직원들과 시스템 속에서 역할을 나누고 결과를 배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작은 식당이라도 이 곳에서는 시스템 속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시스템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제가 모든 일을 관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 식당 창업이 실패하였을 경우, 저는 돈만 잃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잃게 됩니다. 업계를 몇 년 떠나 있으면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겠죠. 하지만 자신을 의심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본인의 생각과 감을 믿어야 합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빠른 승진과 높은 연봉이라는 것에 얽매이고 시간을 저당잡혀 직장을 다니는 동안 몸에 힘이 잔뜩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힘을 빼고 가벼운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합니다. 삶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회사 명함이 없을 때 나는 누구인가.
많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지만, 여전히 저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는 지인들도 있습니다. 그 속에는 많은 염려와 걱정, 그리고 아쉬움이 묻어 있습니다. 회사에 다시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고 그동안의 경력이 아깝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사업의 본질은 결국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큰 기업과 작은 식당도 말이지요. 서플라이 체인을 관리하고 제조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마케팅과 세일즈 역시 중요하겠네요. 판매한 제품의 사후 관리 역시 잘 해야 되겠습니다. 제가 공부한 것들, 회사를 다니면서 쌓은 경력들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이 식당에도 쓰임새가 다 있다는 생각입니다. 꼭 회사를 다녀야만 제 지식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언맨3에 몇차례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메카닉(mechanic)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수트를 입어야 아이언맨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 그 자신이 아이언맨이라는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단서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벤져스의 수미쌍관을 장식하는 유명한 대사, 'I am Iron Man.' 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토니 스타크의 '수트가 없을 때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과 같이 '회사 명함이 없을 때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직장인들도 한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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