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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_장아찌 담그기 (무, 양파, 마늘쫑)

by JCSPIRIT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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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나 시설, 집기들은 대체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식자재 조달과 조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뭐니뭐니해도 생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생선구이에 곁들이는 음식 역시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생선구이와 함께 제공되는 것으로 제가 고려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제가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장아찌입니다. 우선 무와 양파, 마늘쫑으로 담그기로 하였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담그어야 생선구이와 잘 어울릴 수가 있을지 레시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몇가지의 조성에 대해서 간단하게 테스트를 한 다음, 기본 베이스의 맛을 확인하기로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베이스 재료는 식초, 간장, 설탕, 물,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이제 이 재료들의 조성이 중요한데, 4가지의 조성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학교 실험실에 있을 때나 회사를 다니면서 통계적인 실험계획법에 따라 실험하던 때가 떠올랐는데, 주방에서는 연구원일 때 일하던 것처럼 수십가지의 변주를 만들어서 다양하게 확인해 볼 수가 없기 때문에 4가지를 우선 평가해보고 조성의 변경이나 다른 재료의 가감을 결정할 생각입니다.

 

네 가지 조성의 장아찌 베이스를 각각의 냄비에 끓인 다음, 식혀서 무와 양파, 마늘쫑을 적당량 썰어서 잠기도록 담습니다. 식히지 않고 뜨거운 상태로 바로 부운 것도 실험군에 포함시켰습니다.

 

 

- 바트에 각각의 조성별로 만들어 담았다. -

 

 

이렇게 만들어 이틀을 상온에서 숙성시키고 나서, 드디어 맛을 평가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 자체로도 맛이 좋아야겠지만, 생선구이와도 잘 어울릴 수가 있을지가 가장 관건입니다.

 

네 가지를 꺼내어 그릇에 담습니다. 그리고, 곁들였을 때 어떤 것이 가장 어울리는지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갈치도 조금 구워서 함께 곁들여 먹으면서 비교해 보았습니다.

 

 

- 조성별로 담근 장아찌를 갈치구이와 함께 시식하고 평가하였다. -

 

 

전체적으로 맛이 괜찮았는데 저는 조금 아삭하고 심심한 편을 좋아하는지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월계수 잎이나 통후추 등 기호에 맞게 재료를 더하고 간을 약간 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것들은 냉장 숙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여지껏 연구원으로,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라, 이렇듯 간단한 메뉴 하나를 정하는데도 많은 고민과 시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프랜차이즈가 아닌 식당을 처음 창업하면 대부분 밑반찬 하나라도 레시피가 없어서 간과 당도에서 실수를 하고 아주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하게 하나씩 레시피를 완성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사람들은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면 냉정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시기라는 점을 잊지 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널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n back.

1997년작 가타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유전 정보로 신분과 직업이 정해지는 미래 사회에서 빈센트는 유전적 한계를 결국 극복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미래 시대에 대한 경고가 주제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각성에 대한 내용이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우성 유전자를 가진 동생 안톤을 유전자 조작 없이 태어난 형이 수영 시합에서 결국 이긴 후에,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이 대사가 나옵니다. '내가 널 이길 수 있었떤 이유는 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 Gattaca (1997), Andrew Niccol -

 

유전적인 우열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빈센트처럼, 전력을 다해서,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매진하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천적인 재능이나 주변 환경이 언제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어딘가로 돌아갈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죠.

 

운명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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