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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_피드백 수집의 중요성

by JCSPIRIT 202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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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퇴사하고 요식업에 뛰어들어 식당을 창업하고 개업한 지 일주일여 지나고 있습니다. 매일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 식자재를 사 오고, 아침에 부지런히 재료들을 다듬고 준비하여 가게 문을 엽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아주 중요한 고객들의 피드백이 있었고, 몇 가지를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평소 음식을 맵게 즐겨 잘 몰랐는데, 제 입맛이 싱거운 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제가 주임연구원이라는 직급으로 모 기업에서 근무를 할 때 나름의 큰 사고를 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금액으로 수 억에 달하는 원료를 구매하여 양산 공장의 라인에서 시제품을 생산하다가 조건을 잘못 설정하여 대량의 불량품을 생산한 것이었는데, 원인은 제가 파일롯 스케일의 테스트 결과를 잘못 해석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손실 금액은 원료비에 양산 라인을 가동한 자원 소모까지 합쳐서 최소 수억에서 십억 이상의 손실이 일어난 상황이었죠. 이렇게 일이 벌어지고 나서 사실 회사의 손실이나 상사의 질책 같은 것보다 큰 실수를 하였다는 그 자체가 제 마음을 굉장히 무겁게 하였는데, 주임연구원은 대리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주니어로서는 큰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사고를 직감한 순간 공장에서 이미 전화로 팀장님께 보고를 드린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이틀 밤을 꼬박 지새우고 생산 현장의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공장의 문을 나서서 곧장 연구소로 복귀하였습니다. 그리고 팀장님께 상세한 데이터를 가지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 보고를 하고 나서, 개발실장님께 보고를 준비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팀장님이 저를 부르더군요. 전 사실 강한 질책을 예상했습니다. 대개가 그렇듯 부하직원이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가만있을 상사는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팀장님께서 어떤 부분에서 어떤 해석이 잘못되었는데, 나도 그 당시 리포트를 상세하게 보지 못하고 승인했던 것을 발견했다, 해석을 잘못한 이유가 이 데이터를 이렇게 정리했기 때문인데 앞으로 어떤 부분은 조금 더 공부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어떤 전공 서적을 참고해 봐라, 평소 이런 부분이 큰 장점인데, 어떤 분야가 좀 약한 것 같으니 다른 팀에 누구에게 연락해서 조언을 구해봐라 등의 굉장히 구체적이고 냉철한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팀장님께서는 이렇게 수시로 일대일로 피드백 세션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때 이후로 조직 내에서 맡게 되는 프로젝트마다 양산까지 문제없이 잘 마무리하게 되었고, 업무에 자신감도 넘쳤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팀장님과는 각자 이직한 후에도 좋은 관계로 오랜 기간 잘 지냈습니다.

 

사실 이렇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조직이 요구하는대로 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죠 특히 주니어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매년 이루어지는 형식적인 평가와 고과, 면담으로는 무언가 부족하지요. 저도 나중에 이때의 경험을 기억하고 제게 리포트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틈틈이 어떤 부분을 향상시키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서 더 성장할 수 있는지 항상 냉정하고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그걸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몫이고, 그릇의 크기겠지요.


오시는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음식을 드시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스스로 철저하게 준비를 하였다고 생각은 하였지만 100%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 부족하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음식을 드시는 손님에게 간이 부족한지, 양이 부족한지, 포장은 괜찮은지 등을 지속적으로 피드백해주기를 부탁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점포를 중개해 준 부동산 사무실의 사장님께서 저녁에 퇴근하면서 음식을 포장 주문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에 또 포장을 주문하더군요. 전 막연하게 맛있었나, 문제는 없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 날 저녁에 제 식당으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와 상당히 길게 말씀하셨는데, 간단하게 요지만 적자면, '간이 좀 싱겁다. 우리 집 식구들도 모두 동의하였는데, 음식을 싱겁게 먹는 우리 큰 딸도 같은 의견이다. 그리고 오늘 점심에 또 시켜서 상가의 다른 분과 함께 한 번 더 먹어보았는데 같은 반응이다.'라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사실 음식의 간이 싱거운 편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편이고, 아무래도 간이 좀 센 것보다는 싱거운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크게 귀담아듣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뭐랄까, 함께 먹은 사람들의 평소 기호와 입맛에 따라 어떻게 느꼈고, 게다가 최종 확인을 위해서 2차 평가까지 해보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경우에 사람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저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마감을 하고 나서 레시피에 여러 가지 수정을 하여 맛을 보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수정된 레시피를 반영하여 영업하였습니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수정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상가는 일요일에는 거의 모두가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습니다. 아무래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보니 주말에는 손님이 없어서겠지요. 하지만, 당분간은 시장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문을 열 계획입니다. 그래도 직접 매출 동향을 파악하고 휴무일을 결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렇게 개업을 하고 첫 일주일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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