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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_식당 운영 1개월 경과, 그 소회

by JCSPIRIT 2020.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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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 오나 했더니 기온이 갑작스레 올라가면서 한 계절을 훌쩍 건너뛰고 바로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가스 그릴이나 가스레인지의 온기가 돌아 주방이 따뜻하게 느껴졌는데, 이젠 땀방울을 맺히게 할 정도로 뜨거운 주방의 열기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어제는 손님들이 식당에 꾸준히 오시더니 처음으로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되고 말았습니다. 매일의 예상 수량에 약간의 안전 재고까지 감안하여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재방문 손님들과 신규 손님들이 연이어 오면서 한 메뉴가 품절이 되자, 이어서 다른 메뉴로 주문이 옮겨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한 가지 메뉴를 제외하고 모든 메뉴가 완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객단가가 낮은 편이고, 사실 많은 양의 재료를 준비하지 않고 있었던 터라 큰 매출이 일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리신 고객께 드는 미안한 감정과 더불어 좀 더 큰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완판은 혼자서 일하는 식당에서 소화할 수 있는 나름의 한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루였고, 배달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있을지 모를 예상 밖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그널이었습니다. 어제 완판,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가 금일도 준수한 매출을 기록하였는데, 별 일 아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나 예사로 넘기기보다는 복기하고 되짚어 보는 것이 좋겠고, 매출 추이와 주문 시간의 분포를 지속 관찰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여야겠습니다. 5월의 결산을 하는 시점에 데이터의 유의미한 트렌드가 보이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현재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에 주문이 밀리면 홀에서 식사를 하러 오시는 손님을 받을 수가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30분 이상의 대기 시간을 말씀드리면 나가시더라고요. 점심이든 저녁이든 보통의 경우에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저 손님들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였는데, 먼저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면서 대기 없이 손님을 받는 것은 혼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시간 상 기다릴 여유가 없는 홀 손님은 포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없이 반드시 혼자서 일하는 것이 제가 가장 우선시하는 창업의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태생적인 한계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직장이 사회의 축약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 군상들의 여러 전형들도 모두 모여 있겠거니 했고, 업무 외에도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와 인간관계들이 내가 가진 세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죠. 그리고, 기업이라는 그 울타리 안에서 남들처럼 빠른 승진과 높은 연봉이라는 것을 쫓았고요. 때에 따라 원하지 않아도 해야 되는 일이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가면을 써야 했습니다. 지금은 퇴사한 지 고작 얼마가 되었다고 먼 과거의 일처럼, 무언가 신기루처럼 느껴집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저 역시 막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된다는데, 퇴사 후에 식당을 창업하여 운영하면서 껍질에 약간의 균열이라도 생겼을까요.

 

지금 사는 인생이 어떤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서 빨리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면서 희대의 명곡, Destruction of the shell과 함께 금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한번씩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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