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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기

식당 창업_식당을 운영하기 위한 금연, 6개월 경과

by JCSPIRIT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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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7일,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금연프로그램에 등록을 한 지 6개월이 경과되었다는 안내와 함께 코로나19 때문에 보건소의 업무들이 마비가 되어 등록 후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현재 금연 진행 상황에 대한 점검 목적이었습니다. 사실 작년 12월 29일에 금연을 시작하고 1월 17일에 옛 동료와의 술자리에서 한 대를 피운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대답을 하였더니 전화를 주신 분께서 굉장히 기뻐하시면서 보건소에 니코틴 검사를 하러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상품도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흔히들 말하는 골초였습니다. 20년 이상을 하루에 한 갑은 너끈히 피웠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흡연구역으로 한 번 내려가면 보통 두 대, 많으면 세대나 네대까지 한 번에 피웠습니다. 회식을 하거나 누군가와 야외에서 장시간 통화를 하게 되어도 한 번에 세대, 네대는 그냥 연달아 피우곤 했고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담배를 피우면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되어 사무실에 올라가면서 손을 씻고 가글을 하는 등의 수고를 감수하고서도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흡연이 근무 시간에 누릴 수 있는, 무언가 한숨을 돌리게 해주는 해방이었기 때문입니다.

 

20년 이상을 흡연하면서 어머니의 만류에도, 아내가 끔직히 싫어함에도 담배를 끊는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던 내가 그 좋아하던 담배를 끊은 계기는 단 하나였습니다.

 

저 자신부터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만든 음식은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그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기 위한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이 된 것이죠. 그리고, 거짓말 같이 단번에 담배를 끊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니코틴 패치라던지, 금연껌 등 여러 금연보조제 사용을 권유하였는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언제가 될지 몰랐지만 결국에는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그냥 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의 프로그램에 등록을 한 것은 그런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동기 부여를 위해서였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4월에 식당을 개업하고 이렇게 6월에 접어들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6개월이 지나갔습니다.


오늘 보건소에서 안내 받은 대로 안양 만안보건소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방문자의 인적사항까지 기록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금연클리닉은 보건소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호흡을 통한 일산화탄소 측정은 사실 며칠에서 일주일만 담배를 피지 않아도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 판단을 위해서 소변검사를 합니다. 니코틴을 검출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그리고, 소변검사 결과, 두 개의 선이 나타나면서 니코틴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보건소 직원분께서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니코틴 소변검사 결과, T에 선명한 선을 볼 수 있다. -

아마도, C는 control(대조군), T가 test(실험군)인 것 같은데, T에서 C보다 더욱 선명한 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역화폐인 안양사랑상품권 5만 원(1만 원권 5매)까지 상품(?)으로 수령하였습니다. 아직 식당을 운영하면서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담배를 쉽게 끊게 된 것만으로도 퇴사를 하고 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거의 담배를 사지 않은지는 7개월 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갑, 4,500원으로만 계산하여도 대략 945,000원을 절약한 셈이 되네요. 나쁘지 않은 금액입니다.

- 6개월간의 금연 성공에 대한 보건소의 사은품, 안양지역화폐 5만원 -


인사이더, 조직이나 집단의 내부 관계자

담배 하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마이클 만 감독의 1999년작 인사이더입니다. 담배 회사에 맞서는 내부 고발자와 언론인을 주축으로 한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회사의 이름과 방송국 이름, 인물의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여 굉장히 신기하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대 기업에 맞서는 내부고발자나 언론인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여지는 있어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 The Insider, 1999, Michael Mann -

흡연, 금연을 떠나서 우리는 조직 내에서 일하다 보면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눈을 감아야 하거나, 원치 않는 일을 해야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공개된 블로그에 적을 수는 없겠지만, 저 역시도 직장 생활 중에 그런 적이 몇 번 있었고, 조직 내 인원들과 갈등이 있었던 적도 있고요. 그리고 해결되지 않자, 이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최소한 나는 그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는데 솔직히 여러 이익을 생각하였을 때 맞는 방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남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답답하고 비열한 세상을 비관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비겁하고 적당히 비열한 인간이 되면 세상이 평범해 진다고 하는데, 어떤 부조리함 앞에서 고민이 될 때 알 파치노가 CBS에 사표를 내고 본인 역시 인사이더가 되면서 한번 더럽혀진 명예는 다시 회복될 수 없다는 그 대사를 한 번쯤은 되뇌어 보시길 바랍니다.


기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식당의 위생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식당의 수익은 극대화하되 슬슬 다음의 단계를 준비할 때입니다.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서 주방을 벗어나 보건소를 다녀왔더니 가까운 교외에서 바람을 쐬고 온 것처럼 리프레쉬가 되었습니다. 저녁 장사를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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